쉐비 시크라는 말은 팝가수 제니퍼 로페즈의 식당, Madre’s 을 디자인해 이목을 끌기도 한 여성 디자이너 레이첼 에쉬웰 (Rachel Ashwell)이 처음 업계에 등장시킨 개념이다. 그녀는 1989년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쉐비 시크 라는 이름의 매장을 처음 오픈한 뒤 지금까지 뉴욕과 런던 등에 15개의 매장으로 확장하여 최근에는 그녀의 스타일링으로 완성된 작은 호텔까지 문을 열었다. 로맨틱하지만 빈티지한 느낌의 쉐비 시크 스타일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하나의 인테리어 개념이 되었다.
쉐비(Shabby), 즉 낡은, 허름한 이라는 의미와 시크(Chic) 라는 단어가 합쳐져 '낡았지만 멋스러운’느낌의 인테리어를 의미한다. 새로운 인테리어 개념 같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옛것을 다듬어 새로이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미가 숨어있다. 쉐비 시크는 따라서 새로운 가구를 구매하거나 막 만들어진 새 가구가 아닌 손때 묻고 세월이 흔적이 느껴지는 가구를 이용해 직접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집안에 쓸모없이 방치된 손때 묻은 낡은 가구가 있다면 여기 쉐비 시크 스타일을 주목해 보자.
쉐비 시크의 느낌이 아직 와 닿지 않는다면 여기 CABBAGES &ROSES 연출이 도움될 것이다. 쉐비 시크 스타일은 화이트 톤이 주로 사용되는데 클레식하고 고전적인 가구를 흰색으로 도색한 뒤 모서리 부분이나 표면 군데군데 사포로 벗겨내어 일부러 거친 느낌을 살려 연출한다. 오히려 도색을 전문가처럼 매끄럽고 꼼꼼히 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일 정도로 쉐비 시크 스타일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생명이다. 쉐비 시크 스타일은 고전적인 가구와 화이트의 색상이 만나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데 비단 목재뿐만 아니라 철제의 가구와도 곧잘 조화를 이룬다.
화이트 톤의 쉐비 시크 스타일의 부엌은 동화 속이나 장난감 집에 들어온 듯, 로맨틱한 분위기가 극치를 이룬다. 레이첼 에쉬웰은 그녀의 쉐비 시크 스타일에서 영국적인 느낌의 플라워 프린트가 가미된 오브제를 주로 매치하는데 예를 들어 쿠션이나 커튼, 식탁보 같은 소품을 잔잔한 플라워 프린트로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라위 프린트, 레이스나 자수가 들어간 로맨틱한 섬유제품은 우리나라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인기를 끌며 많은 주부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후 모던하지 못한 느낌으로 외면받아왔다. 그러나 이 영국풍의 플라워 프린트는 쉐비 시크의 빈티지한 가구와 만나 전혀 새로운 느낌의 오브제로 변신한다. 장롱 깊숙이 모셔놓은 플라워 프린트 섬유를 이제 꺼내야 할 때이다.
DIY의 매력은 나만의 가구를 만드는 것이다. 그를 위해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때로는 발상의 전환이필요하다. 가구에서 가구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다른 건축 요소로도 가구로의 응용이 가능하다.
여기 이탈리아의 MANOTECA는 건물의 낡은 문짝을 떼어와 책상으로 변신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다. 세월이 흔적이 묻은 표면을 그대로 살리고 한쪽 면을 쉐비 시크 스타일로 페인트칠하여 멋스러움을 더한다. 본디 문이 가지고 있던 경첩, 문고리 등을 남기고 최대한 본래의 모습을 유지한 채 철제 틀을 제작한 뒤 서랍을 더해 실용성까지 갖춘 책상이 되었다. 낡은 것이 주는 아름다움, 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쉐비 시크 스타일은 이제 정형화되었지만 스타일의 발전은 멈추지 않는다. 낡은 가구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이 쉐비 시크 스타일의 기본이라면 낡은 가구의 표면을 그대로 살리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줄여 보다 남성적인 느낌의 쉐비 시크 스타일은 어떨까? 쉐비 시크 스타일의 여성적이고 소녀 같은 분위기는 어떤 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스타일링 일 수 있다. 쉐비 시크는 말 그대로 낡고 허름한 것을 재해석하는 것인 데 그 의미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레이첼 에쉬웰이 제안한 로맨틱한 분위기를 넘어 보다 확장된 쉐비 시크 스타일을 생각할 수 있다.
ROMUS의 가구는 도색을 하지 않아 나무의 결과 색이 그대로 살아나지만, 모서리 부분의 의도된 연출이 쉐비한 느낌을 살려준다. 도색을 하지 않아 목재 본연의 멋을 느낄 수 있으며 성별과 연령층과 관계없이 무난한 연출이 가능하다. 세월이 지나 손때가 묻을수록 그 멋을 더하는 쉐비 시크 스타일은 따라서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링이기도 하다.